시리즈 안내
이 글은 “이론으로 읽는 PSTA” 시리즈의 0편, 오프닝입니다. 앞으로 12여 편에 걸쳐 PMP(프로젝트 관리 정석)와 애자일이라는 두 개의 검증된 이론을 자(尺)로 삼아, PSTA라는 프로젝트 관리 도구의 설계 하나하나를 측정합니다. PSTA의 어떤 결정이 이론을 충실히 구현했고, 어떤 결정이 이론을 의도적으로 깼는지 — 그 둘을 모두 정직하게 따져봅니다. 이 글은 시리즈 전체의 지도이자 목차입니다.
단순한 것을 진지하게 본다는 것
PSTA는 단순한 도구다. Project · Service · Team · Action, 네 글자가 곧 구조의 전부다. 팀원은 자기 Action만 보고, 진행률은 완료된 Action 개수를 세어 자동으로 올라간다. 가중치도, 복잡한 워크플로우도 없다. 처음 보면 “이게 다야?” 싶을 만큼 가볍다.
그래서 오히려 의심받기 쉽다. 단순하다는 건 깊이가 없다는 뜻 아닌가? 그냥 할 일 목록에 색깔만 입힌 것 아닌가? 이 시리즈는 그 의심에 정면으로 답한다. 방법은 하나다. 프로젝트 관리의 가장 권위 있는 두 이론을 가져와, PSTA의 설계를 그 자로 재보는 것.
흥미로운 가설은 이거다. 잘 만든 단순함은 게으름이 아니라 절제된 선택이다. 무엇을 넣을지보다 무엇을 빼야 하는지를 아는 것 — 그 판단의 근거가 이론 안에 있다면, PSTA의 단순함은 “기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론을 통과한 것”이 된다. 이 가설이 맞는지를 12편에 걸쳐 검증한다.
왜 하필 PMP와 애자일인가
프로젝트 관리 이론은 많다. 그중에 굳이 둘을 고른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둘이 서로 정반대 방향에서 프로젝트 관리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PMP(PMI의 프로젝트 관리 체계)는 “관리해야 할 것의 목록”이다. 범위·일정·비용·자원·소통·리스크·이해관계자… 프로젝트에서 통제해야 할 영역을 빠짐없이 정의하고, 각각을 계획하고 추적하라고 말한다. 더하는 철학이다. 빠뜨리지 않는 것이 미덕이다.
애자일은 정반대다. “덜어내야 할 것의 목록”이다. 거창한 계획보다 작동하는 결과물, 문서보다 대화, 통제보다 적응. 무겁고 형식적인 절차가 정작 일을 방해한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빼는 철학이다. 버리는 것이 미덕이다.
이 둘을 동시에 자로 쓰면 PSTA의 위치가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PMP의 자로 재면 “이 도구는 관리의 어느 영역을 다루고 어디를 비웠는가”가 보이고, 애자일의 자로 재면 “이 도구는 무엇을 덜어냈고 그 덜어냄이 옳은가”가 보인다. 한쪽 자로만 재면 한쪽으로 치우친 평가가 나온다. 두 자를 겹쳐야 비로소 균형 잡힌 측정이 된다.
짚고 가기: PMP는 “다 챙겼는가”를 묻고, 애자일은 “덜 수 있는가”를 묻는다. 좋은 도구는 이 두 질문 사이 어딘가에서 자기 자리를 정한다. PSTA가 그 자리를 어떻게 잡았는지가 이 시리즈의 핵심이다.
이 시리즈가 하지 않는 것
먼저 약속부터 한다. 이 시리즈는 PSTA를 띄우기 위해 이론을 끌어다 붙이는 글이 아니다. 이론을 자로 쓰겠다고 했으니, 그 자가 PSTA의 부족함을 가리키면 그것도 그대로 적는다. PSTA가 PMP의 리스크 관리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점, 애자일의 반복(iteration) 개념이 약하다는 점 — 이런 약점들을 11편에서 따로 다룬다. 이론을 진지하게 자로 쓰는 일은, 그 자에 안 맞는 부분을 숨기지 않을 때만 정직해진다.
반대로, PSTA가 이론을 의도적으로 어긴 지점도 있다. 예를 들어 진행률을 완료 개수 비율로만 계산하는 건, PMP가 권하는 정교한 획득가치(EVM) 계산을 일부러 포기한 것이다. 이건 무지가 아니라 선택이다. 이론을 알면서 안 따른 것과, 몰라서 못 따른 것은 전혀 다르다. 그 차이를 10편에서 가린다.
어떻게 진행되는가
시리즈는 세 덩어리로 흐른다.
먼저 두 개의 자를 점검한다(01~02편). PMP의 지식영역이 무엇을 말하는지, 애자일 선언과 스크럼·칸반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PSTA와 무관하게 먼저 정리한다. 자가 휘어 있으면 측정도 틀리니, 자부터 똑바로 세운다.
다음으로 PSTA의 기능을 하나씩 잰다(03~09편). 4계층 구조, Action 분해, 자동 진행률 전파, 조직 연동, 두 개의 시선, 산출물 허브, 외부 공유 — 각 기능을 양쪽 자에 동시에 대고, “이건 PMP의 무엇이고 애자일의 무엇인가”를 따진다. 이 일곱 편이 시리즈의 몸통이다.
마지막으로 종합한다(10~12편). 따른 곳과 깬 곳을 가르고, 이론적으로 약한 지점을 인정한 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이론적일 수 있는가”라는 처음의 질문에 답하며 닫는다.
전체 목차
1부 · 두 개의 자를 세우다
- 01. PMP라는 렌즈 — 10개 지식영역이 말하는 “관리해야 할 것들”
- 02. 애자일이라는 렌즈 — 선언문·스크럼·칸반이 말하는 “덜어내야 할 것들”
2부 · PSTA를 기능별로 재다
- 03. P-S-T-A 4계층은 WBS인가, 에픽-스토리인가
- 04. Action — 작업 분해의 최소 단위를 어디까지 쪼갤 것인가
- 05. 자동 진행률 전파 — EVM의 단순화이자 번다운의 자동화
- 06. 조직을 만들지 않는다 — LDAP 연동과 자기조직화 팀
- 07. 두 개의 시선 — 의사소통관리와 정보 라디에이터
- 08. 산출물 허브 — 문서를 만들지 않고 연결한다
- 09. 외부 공유와 박제 — 이해관계자 관리의 재해석
3부 · 종합과 자기비판
- 10. PSTA가 이론을 따른 곳과 의도적으로 깬 곳
- 11. 한계와 반론 — 이론적으로 약한 지점
- 12. 종합 —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이론적일 수 있는가
시작하며
다음 편(01부)에서는 첫 번째 자, PMP를 펼친다. 프로젝트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정석이 규정한 영역들 — 통합·범위·일정·비용·품질·자원·소통·리스크·조달·이해관계자 — 을 하나씩 짚고, 그 각각이 도구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본다. PSTA를 재기 전에, 자의 눈금부터 정확히 읽는 단계다.
긴 여정이 될 것이다. 그 끝에서 우리는 처음의 질문에 답하게 된다. 단순함은 이론의 부재인가, 아니면 이론을 통과한 결과인가?
다음 글: 이론으로 읽는 PSTA – 01. PMP라는 렌즈 — 10개 지식영역이 말하는 “관리해야 할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