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안내
이 글은 “이론으로 읽는 PSTA” 시리즈의 2편입니다. 1편에서 첫 번째 자, PMP의 10개 지식영역을 펼쳤습니다. PMP가 “빠뜨리지 말라”는 더하기의 철학이었다면, 이번 편의 애자일은 정반대 — “덜어낼 수 있는가”를 묻는 빼기의 철학입니다. 애자일 선언문과 스크럼·칸반의 최소 구조를 정리하고, 두 자를 나란히 세웁니다. 이 편을 끝으로 자 세우기가 끝나고, 다음 편부터 PSTA를 본격적으로 잽니다.
무거움에 대한 반란
애자일은 2001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열일곱 명이 모여 쓴 짧은 선언문에서 시작됐다. 그들이 반대한 건 1편에서 본 것과 같은 무거움이었다. 거창한 사전 계획, 두꺼운 문서, 정해진 절차를 빠짐없이 밟는 방식 — 이게 정작 일을 방해한다는 자각이었다. 계획대로 다 했는데 정작 쓸모없는 제품이 나오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선언문의 핵심은 네 줄의 가치다. 공정과 도구보다 개인과 상호작용을, 포괄적인 문서보다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계약 협상보다 고객과의 협력을, 계획을 따르기보다 변화에 대응하기를. 중요한 건 오른쪽을 버리란 게 아니라는 점이다. 왼쪽을 더 중시한다는 균형의 선언이다. 문서도 계획도 필요하다. 다만 그것이 목적이 되어 일을 짓누르면 안 된다는 것.
이 관점이 자가 되면, 도구를 볼 때 묻는 질문이 PMP와 정반대가 된다. PMP는 “이 영역을 관리하는가?”를 묻지만, 애자일은 “이 기능이 정말 필요한가, 아니면 일을 무겁게만 하는가?”를 묻는다.
스크럼 — 덜어내고 남은 최소 구조
애자일은 철학이고, 그걸 실제로 굴리는 가장 유명한 틀이 스크럼이다. 스크럼이 흥미로운 건, 그 자체가 “최소한만 남긴” 구조라는 점이다. 최신 스크럼 가이드는 13페이지 남짓으로, 일부러 더 가벼워졌다.
남은 구조는 세 묶음이다. 먼저 세 가지 책무. 예전엔 ‘역할(role)’이라 불렀지만, 지금은 책무(accountability)로 바뀌었다. 제품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책임지는 Product Owner, 팀이 스크럼을 제대로 굴리도록 돕는 Scrum Master, 그리고 실제로 결과물을 만드는 Developers. 과거에 따로 있던 ‘개발팀’이라는 하위 개념을 없애고, 하나의 팀으로 합친 것도 핵심 변화다. ‘우리 대 그들’을 없애려는 의도였다.
다음은 세 가지 산출물 — 무엇을 만들지의 목록인 Product Backlog, 이번 주기에 할 일인 Sprint Backlog, 실제로 완성된 결과물인 Increment. 마지막으로, 각 산출물에 묶인 세 가지 커밋먼트가 있다. Product Backlog에는 제품이 도달할 목표(Product Goal), Sprint Backlog에는 이번 주기의 목표(Sprint Goal), Increment에는 “무엇이 완료인가”를 정의한 완료정의(Definition of Done)다. 이 커밋먼트는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측정할 기준점 역할을 한다.
짚고 가기: 스크럼이 일을 굴리기 위해 요구하는 구조는 3·3·3, 아홉 조각이 전부다. PSTA가 P·S·T·A 네 글자로 충분하다고 주장할 때, 그 배짱의 뿌리가 바로 이 최소주의에 있다.
칸반 — 더 적게, 흐름만 본다
스크럼보다 더 가벼운 쪽이 칸반이다. 칸반은 역할도, 주기(스프린트)도 강제하지 않는다. 요구하는 건 두 가지뿐이다. 일의 흐름을 보드에 시각화하고, 한 번에 진행 중인 일의 수를 제한(WIP 제한)하는 것. “할 일 → 진행 중 → 완료”로 카드가 흐르는 그 보드가 칸반이다.
칸반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거창한 계획 없이도, 지금 무엇이 어디서 막혀 있는지만 보이면 일은 굴러간다는 것. 이 “흐름의 시각화”는 PSTA가 팀원에게 보여주는 화면 — 내 Action이 어느 상태인지만 보는 단순한 리스트 — 과 정확히 같은 발상이다.
두 자를 나란히 세우면
이제 두 자가 모두 섰다. 한쪽은 “관리할 것을 빠짐없이 더하라”는 PMP, 다른 쪽은 “일을 무겁게 하는 건 덜어내라”는 애자일. 언뜻 충돌하는 듯하지만, 1편에서 봤듯 정석조차 최근 ‘테일러링(상황에 맞게 조정)’으로 기울며 둘은 가까워지고 있다.
이 두 자를 겹쳐 쓰는 이유가 여기서 분명해진다. 애자일 자로만 PSTA를 재면 “단순하니 좋다”는 칭찬밖에 안 나온다. PMP 자로만 재면 “이 영역도 저 영역도 비었다”는 비판밖에 안 나온다. 두 자를 함께 대야 비로소 “이 단순함은 어떤 관리 영역을 어떤 이론적 근거로 덜어낸 것인가”라는 입체적 판단이 가능해진다.
특히 주목할 대비가 하나 있다. 스크럼은 번다운 차트 같은 특정 진척 도구를 강제하지 않으며, 매일 남은 일을 합산해 알 수 있을 것만 요구한다. 진척을 어떻게 보이게 할지는 팀에 맡긴다. PSTA는 이 빈자리를 “완료된 Action 개수를 자동으로 세는” 방식으로 채웠다. 애자일이 열어둔 자리에 PSTA가 자기 답을 넣은 셈인데, 이게 이론을 따른 것인지 비튼 것인지는 5편에서 따진다.
정리하며
PMP는 더하기의 자, 애자일은 빼기의 자다. 그리고 스크럼·칸반이 보여주듯, 애자일이 “이만큼은 있어야 한다”고 남긴 최소 구조는 놀랍도록 적다. PSTA의 네 글자가 무모한 단순화가 아니라 이 최소주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것 — 그게 다음 편들에서 증명할 가설이다.
두 자가 모두 섰으니, 다음 편(03부)부터 본격적인 측정에 들어간다. 첫 대상은 PSTA의 이름이자 골격인 P-S-T-A 4계층 구조다. 이 계층은 PMP의 작업분해구조(WBS)에 가까운가, 아니면 애자일의 에픽-스토리-태스크 위계에 가까운가? 두 자를 동시에 대고, PSTA의 가장 근본적인 설계 결정을 해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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