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안내
이 글은 “이론으로 읽는 PSTA” 시리즈의 5편이자, 제가 가장 흥미롭게 본 회차입니다. PSTA의 가장 강력한 기능인 자동 진행률 전파 — 완료된 Action 개수를 세어 상위로 올리는 단순한 계산 — 을 두 자에 동시에 댑니다. 이 계산은 PMP의 정교한 획득가치(EVM)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것일까요, 아니면 애자일 번다운을 자동화한 것일까요. 답은 “둘 다”입니다.
한 줄의 계산식
PSTA의 진행률 규칙은 놀랍도록 짧다. 완료된 Action 개수 ÷ 전체 Action 개수. 그게 전부다. Action 하나가 완료되면 그 위의 Service 진행률이 자동으로 다시 계산되고, Service가 모여 Project 진행률이 자동으로 올라간다. PM이 손으로 “이 프로젝트 70% 진행됐습니다”라고 적을 필요가 없다.
중요한 단서가 두 개 있다. 첫째, Action 자체에 진행률(%) 필드가 있긴 하지만 그건 담당자 참고용이고, 전파 계산에는 쓰이지 않는다. 둘째, 계산은 오직 완료 여부(완료/미완료)로만 한다. 50% 진행 중인 Action은 0개로 친다. 이 두 규칙이 왜 이렇게 설계됐는지를, 두 자로 따져보자.
PMP의 자 — 획득가치(EVM)에 대보면
PMP에서 진행을 재는 가장 정교한 도구가 획득가치 관리(EVM)다. 핵심은 세 숫자다. 계획가치(PV, 지금쯤 끝났어야 할 작업의 예산 가치), 획득가치(EV, 실제로 끝낸 작업의 예산 가치), 실제 비용(AC, 실제로 쓴 돈). EV는 “완료 비율 × 총예산”으로 계산하고, 이걸 PV·AC와 비교해 “일정보다 빠른가/느린가, 예산보다 싼가/비싼가”를 판정한다.
언뜻 PSTA의 단순한 계산과 너무 멀어 보인다. 그런데 결정적 연결고리가 있다. EVM에서 진행을 재는 가장 쉽고 흔한 방법이 “물리적 완료 비율(physical percent complete)”이다. 끝난 작업 개수를 세는, 눈에 보이는 증거 기반의 가장 단순한 방식. PSTA의 “완료 Action 개수 비율”이 바로 이 물리적 완료 비율의 가장 순수한 형태다.
즉 PSTA는 EVM을 모르고 단순화한 게 아니라, EVM이 이미 인정한 가장 단순한 측정법만 골라 남긴 것이다. 비용 환산(예산 가치)도, 계획 대비 성과(PV·SPI·CPI)도, 가중치도 다 떼어냈다. 남은 건 “끝난 것의 비율”이라는 EVM의 가장 앙상한 뼈대뿐이다. 그리고 이건 정당한 선택이다 — 정석조차 작고 짧은 프로젝트에서는 EVM의 복잡한 계산이 번거롭고 불필요하며 단순한 추적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짚고 가기: PSTA의 진행률은 EVM을 거부한 게 아니라, EVM이라는 큰 칼에서 가장 작은 날 하나만 꺼내 쓴 것이다. “완료율”은 EVM의 심장이고, PSTA는 그 심장만 남겼다.
애자일의 자 — 번다운에 대보면
이제 두 번째 자다. 2편에서 스크럼은 번다운 차트를 강제하지 않으며, 매일 남은 작업을 합산해 알 수 있을 것만 요구한다고 했다. 그 떡밥을 여기서 회수한다. 번다운은 “남은 작업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를 그리는데, 핵심 규칙이 PSTA와 똑같다 — 완료된 것만 카운트하고, 부분 완료는 세지 않는다.
애자일이 부분 완료를 안 세는 이유는 분명하다. “90% 됐다”는 보고가 가장 위험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10%가 전체의 절반을 잡아먹는 일이 흔하고, “거의 다 됐다”는 자기기만은 일정을 망친다. 그래서 애자일은 오직 ‘완료(done)’ 상태만 진짜로 친다. 끝났거나, 안 끝났거나 둘 중 하나다.
PSTA가 “완료 여부로만 계산하고 Action의 진행률% 필드는 참고용”이라고 못 박은 게 정확히 이 사상이다. 담당자가 “70%”라고 적어도 시스템은 그걸 안 믿는다. 완료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는 0이다. 이건 애자일의 가장 단단한 규율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PSTA의 진짜 자리 — 자동화가 더한 것
두 자를 다 대보면, PSTA의 진행률은 EVM의 뼈대(완료율)에 번다운의 규율(완료만 카운트)을 합친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론의 조합이다. 그런데 PSTA가 한 가지를 더 얹었다. 자동화다.
EVM이든 번다운이든, 전통적으로는 누군가 데이터를 모아 계산하고 차트를 그려야 한다. PM이나 스크럼 마스터의 손이 든다. PSTA는 이 취합 노동 자체를 없앴다. 팀원이 자기 Action의 완료 버튼을 누르는 순간, Service와 Project의 진행률이 즉시 다시 계산된다. 1편에서 본 PMP의 통합관리(“흩어진 것을 한 흐름으로 조율”)가, PSTA에서는 사람의 조율이 아니라 구조의 자동 전파로 일어나는 것이다.
이게 시리즈 0편에서 던진 질문 — “단순함은 이론의 부재인가”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례다. PSTA의 진행률은 이론을 몰라서 단순한 게 아니라, 두 이론에서 검증된 핵심(완료율 + 완료 판정)만 정확히 골라 남기고, 거기에 자동화라는 실용적 가치를 더한 결과다.
정리하며
자동 진행률 전파는 이 시리즈의 가설을 가장 잘 증명하는 기능이다. EVM의 가장 단순한 측정법(물리적 완료율)과 번다운의 가장 단단한 규율(완료만 카운트)을 결합하고, 두 이론 모두 사람의 손에 맡겼던 취합을 구조로 자동화했다. 버린 것(가중치·비용·계획 대비 성과)은 작은 팀에 과한 정밀함이고, 남긴 것은 핵심이다. 절제된 단순함의 교과서적 사례다.
다음 편(06부)에서는 PSTA가 조직을 다루는 독특한 방식을 본다. PSTA는 팀을 직접 만들지 않고 회사의 LDAP 조직도를 그대로 읽어오며, 담당자를 지정하면 소속팀이 자동으로 파생된다. 이것이 PMP의 자원관리, 그리고 애자일의 자기조직화 팀과 어떻게 만나고 어긋나는지를 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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