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안내
이 글은 “이론으로 읽는 PSTA” 시리즈의 4편입니다. 3편에서 PSTA의 4계층 전체 골격을 봤다면, 이번 편은 그 트리의 가장 아래 칸인 Action 하나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봅니다. PMP는 작업을 8~80시간으로 쪼개라 하고, 애자일은 한 스프린트에 들어갈 가치 조각으로 쪼개라 합니다. 그렇다면 PSTA의 Action은 어디까지, 어떤 기준으로 쪼개야 하는가 — 두 자로 입도(粒度)를 잽니다.
가장 중요한 한 칸
PSTA에서 Action은 단순한 최하위 항목이 아니다. 팀원이 매일 마주하는 화면이자, 진행률이 계산되는 단위이자, 담당자가 직접 등록하는 실행의 핵심이다. 3편에서 봤듯 상위 계층(Project·Service)은 큰 그림이지만, 실제로 일이 일어나는 곳은 이 Action 한 칸이다. 그래서 “Action을 어떻게 쪼개느냐”가 PSTA 사용 경험 전체를 좌우한다.
문제는 PSTA가 이 입도에 대해 규칙을 거의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Action은 이름·담당자·시작일·종료일·상태 정도의 필드를 갖고, “이만큼 크기로 쪼개라”는 강제가 없다. “백엔드 API 구현” 같은 큰 Action도, “로그인 버튼 색상 변경” 같은 작은 Action도 똑같이 허용된다. 이게 자유인지 방치인지를, 두 자로 따져보자.
PMP의 자 — 8/80 규칙
PMP는 작업 분해에 명확한 숫자 기준을 준다. 8/80 규칙이다. 작업 패키지(WBS의 최하위 단위)는 8시간보다 작아선 안 되고 80시간보다 커선 안 된다. 너무 작으면 관리 비용이 일보다 커지고, 너무 크면 추정과 추적이 부정확해지기 때문이다. 핵심 판정 기준은 세 가지다. 한 사람에게 배정할 수 있는가, 시간과 비용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가, 완료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가.
이 자를 PSTA의 Action에 대보면 의외로 잘 맞는다. “백엔드 API 구현”은 한 담당자에게 배정되고, 시작일·종료일로 기간이 잡히며, 상태값으로 완료가 판정된다. 8/80의 시간 범위까지 시스템이 강제하진 않지만, “한 명이 맡아 추정하고 완료를 확인하는 단위”라는 정신은 Action이 그대로 따른다. PMP의 자로 보면 Action은 합격이다.
애자일의 자 — INVEST와 수직 분할
애자일의 자는 전혀 다른 기준을 댄다. 스토리의 적정 크기를 INVEST로 판정하는데, 그중 S(Small)의 경험칙은 “백로그 맨 위에 올 즈음 한 스프린트에 6~10개가 들어갈 크기”다. 시간(시간 단위)이 아니라 흐름(주기당 처리량)으로 크기를 잰다.
그런데 애자일에는 시간보다 더 엄격한 규칙이 하나 있다. 수직으로 쪼개라, 수평으로 쪼개지 말라. 스토리는 프론트엔드·백엔드·API 같은 기술 계층별로 나누면 안 된다. 각 조각이 그 자체로 최종 사용자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얇은 수직 슬라이스”여야 한다. “장바구니 담기”는 좋은 스토리지만, “장바구니 백엔드 구현”은 나쁜 스토리다. 후자는 그것만으로는 사용자에게 아무 가치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PSTA의 Action이 애자일 자에 정면으로 걸린다. PSTA의 실제 Action은 “백엔드 API 구현”, “화면 설계”처럼 기술 계층별로 나뉜 동사형 활동에 가깝다. 이건 애자일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수평 분할이다. 사용자 가치 단위가 아니라 작업 단위로 쪼갠 것이다.
짚고 가기: PMP의 자로 보면 Action은 합격, 애자일의 자로 보면 Action은 “수평 분할”이라는 감점을 받는다. 같은 한 칸이 자에 따라 다른 점수를 받는다 — 이게 두 자를 함께 써야 하는 이유다.
왜 PSTA에선 수평 분할이 문제가 안 되는가
애자일이 수평 분할을 금지하는 진짜 이유는 “주기마다 작동하는 결과물(Increment)을 내야 한다”는 전제 때문이다. 스프린트가 끝날 때 사용자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무언가가 나와야 하므로, 계층 하나만 만든 조각은 쓸모가 없다.
그런데 3편에서 봤듯 PSTA에는 스프린트가 없다. 주기마다 작동하는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압박 자체가 없다. PSTA의 목적은 “이 주기에 가치를 배포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무엇을 어디까지 했는지 투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 목적에는 오히려 기술 계층별 분할이 더 자연스럽다. 개발자는 “내가 맡은 API”를, 디자이너는 “내가 맡은 화면”을 자기 Action으로 등록하는 게 현실의 일하는 방식과 맞기 때문이다.
즉 PSTA의 수평 분할은 애자일을 몰라서 어긴 게 아니라, 애자일의 전제(스프린트·증분)를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금지 규칙도 따라오지 않는 것이다. 전제가 없으면 그 전제에서 나온 규칙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건 10편에서 다룰 “의도적으로 깬 곳”의 대표 사례다.
정리하며
Action의 입도에 대해 PSTA는 숫자 규칙도, 수직 분할 강제도 두지 않는다. PMP의 “한 명이 추정·완료 가능한 단위”라는 최소 정신만 충족하고, 나머지는 담당자의 판단에 맡긴다. 애자일 기준으로는 수평 분할이라는 감점이 있지만, 그건 PSTA가 스프린트를 안 쓴다는 더 근본적인 선택의 결과일 뿐이다. 규칙을 비운 자리에 담당자의 자율을 채운 것 — 이게 PSTA가 입도 문제를 푸는 방식이다.
다음 편(05부)에서는 이 Action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가장 강력한 기능, 자동 진행률 전파를 다룬다. 완료된 Action 개수를 세어 상위로 올리는 이 단순한 계산이, PMP의 정교한 획득가치(EVM)를 어떻게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것이며, 동시에 애자일의 번다운을 어떻게 자동화한 것인지 — 시리즈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조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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